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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 :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리메이크 확정

by silverscreen 2024. 2. 20.

 

1. 지구를 지켜라!

 

2003년 개봉한 우리나라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가 미국에서 리메이크 작업에 들어간다는 공식 기사가 나왔습니다. 최근 여러 거장 감독의 이름들이 오르내리며 '지구를 지켜라!'가 언제 누구를 통해 리메이크가 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졌는데요. 어제 미국 버라이어티지를 통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지구를 지켜라!' 미국 리메이크작 연출을 맡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지구를 지켜라!'는 장준환 감독의 데뷔작으로 한국 영화에서 흔치 않은 외계인을 주제로 다루면서, 포스터를 통한 엉터리 광고와 홍보 때문에 흥행은 못했지만 평론가들에게는 호평을 받아 수작으로 평가받는 영화입니다. 장준환 감독은 이 영화로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감독상도 수상했지요. 특히 해외 평론가들이나 영화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저주받은 명작으로 자주 언급되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신하균, 주요 조연으로 백윤식 배우가 출연했는데, 백윤식 배우는 이 영화가 무려 27년만의 영화 출연이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현재까지도 꾸준히 영화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연기하고 있는 백윤식 배우를 생각하면 이 영화가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실제로 이 영화를 통해 백윤식 배우는 그 해 대종상, 청룡영화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총 4개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구를 지켜라!'는 사실 직접 영화를 보지 않는 이상, 줄거리 소개로는 그 진가를 알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하지만 간단히 줄거리를 정리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주인공 병구(신하균 분)는 자신의 인생에 불행을 끼친 인물들을 외계인이란 이유로 한 명씩 납치해 수 없이 많은 고문을 한 뒤 죽이는 행위를 반복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유제화학이라는 화학 회사의 사장인 강만식(백윤식 분)이 자신이 찾는 외계인이라고 확신하고 납치하여 자신의 집 지하실에 감금해놓고 온갖 고문을 하고 있지요. 그 고문이라는 것들이 기괴하기 짝이 없는데 예를 들어 그의 신경계를 교란하고자 발등에 물파스를 바르는데, 흡수를 높이기 위해 때밀이 수건으로 발등의 피부를 벗겨낸 후 물파스를 발라 고통스럽게 만드는 식입니다. 

 

강만식의 납치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들의 수사와, 병구의 지하실에서 벌어지는 강만식과 병구의 혈투가 이야기의 중심이 됩니다. 강만식은 도망치려고 하고 병구는 다시 그를 잡아서 고문하려고 하지요. 결국 잔혹 코미디에 가까울 정도로 어이 없는 싸움 도중, 지금 병원에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는 병구의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해독제를 자신이 가지고 있다며 강만식이 털어놓습니다. 하지만 진짜 해독제인지 독극물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병구의 어머니는 그것을 먹고 사망하고 말지요. 병구도 결국 사망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반전이 있었으니, 바로 병구가 써놓은 일기장이 발견되며 이제까지 병구의 이해하기 힘든 인생스토리가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병구의 삶은 눈 뜨고 보기 힘든 고통으로 얼룩져 있었으며 그 고통이 사실 지구에 인간을 창조한 외계인들이 인간을 개조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을 시도하며 의도적으로 주어진 것이었습니다. 강만식 사장은 사실 외계인의 우두머리가 맞았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외계인들을 찾아내 없애려는 병구의 노력은 진실된 것이었지요. 결국 그걸 알지 못했던 형사들의 선의로 지구는 외계인들에게 파괴되고 맙니다. 

 

2. 요르고스 란티모스 

 

이번 BAFTA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3월에 있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많은 부문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가여운 것들'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지구를 지켜라!'의 리메이크 감독이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가여운 것들'의 주인공으로 이번 BAFTA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엠마 스톤이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 작에 출연한다고 하는 소문도 있더라고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이번 리메이크작 연출을 맡는다는 확정 소식 전에 '유전', '미드 소마'의 아리 애스터 감독이 물망에 올랐었으나 아리 애스터 감독이 제작을 한다고 합니다. 그는 지난해 내한해 한국 언론과 만나 “나는 그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다양한 장르의 느낌을 한 영화에 집약시키기 어려운데 그걸 굉장히 잘해냈다”고 호평하기도 했습니다.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 작은 올 해 여름 촬영을 시작한다고 하며, 작년 '가여운 것들'을 통해 다시 한 번 거장의 자리를 굳힌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차기작이 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