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죽음을 둘러싼 디테일들
죽음을 둘러싼 작은 것들은 24년 1월에 미국 Hulu를 통해 방영을 시작한 따끈따끈한 미스터리 추리 드라마입니다. 매주 한 편씩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되고 있지요. 아직 완결이 난 작품도 아니고 한국에서 인기 많은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화제가 되고 있지는 않지만, 워낙 추리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원제는 Death and other details인데 한국어 제목은 죽음을 둘러싼 작은 것들이라고 번역되었습니다. 나쁜 제목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한 사람의 죽음을 주변 디테일들을 통해 해결해 나간다는 원제의 의미에 비해 한국어 제목은 조금 더 철학적으로 느껴지네요. 드라마를 끝까지 보면 더 이해할 수 있게 될 수도 있지요.
총괄 크리에이터는 마이크 웨이스와 하이디 콜 맥 아담스인데 멘탈리스트 등을 작업해서 익숙한 이름입니다. 특히 에피소드 1을 다 보고 나오는 마크 웹이라는 감독 이름에 놀랐는데, 어매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감독이기도 하지요.
2. 아직 완결이 난 작품은 아니지만
주인공은 맨디 파티킨(Mandy Patinkin)입니다. 크리미널 마인드 1 시즌 제이슨 가디언, 홈랜드의 사울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얼굴일 것입니다. 맨디 파티킨 이 이 드라마에서는 과거에 추리 실패로 슬럼프에 빠져사는 천재 탐정역을 맡았습니다.
과거 재벌가 비서였던 여인이 차 폭발 사고로 죽고, 그녀의 딸인 이모진을 재벌가가 거둬들여 키우며 이 살인사건을 해결해 달라는 의뢰를 이 루퍼스 탐정이 해결하지 못했지요. 추리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던 이모진에게 꼭 엄마를 죽인 범인을 찾아주겠다 약속을 하고 마음까지 나누었는데, 결국 사건을 포기하게 되니 이 탐정의 명성은 땅에 떨어지고 이모진은 그에게 실망을 넘어선 분노를 가지게 됩니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이모진을 거둔 재벌가 가족이 호화 여객선을 빌려 지인들과 사업파트너들을 초대해 크루즈여행을 하고 있네요. 당연하게도 온갖 인간군상이 다 나옵니다. 워싱턴 주지사, 정치적으로 입김이 센 목사, 재벌가와 거액의 투자계약을 할지 말지 간을 보는 중국인 패밀리, 그리고 그들이 고용한 루퍼스. 선박 주인, 선박에서 일하는 아시안 스태프들. 이 중 극 초반부터 말썽을 일으키던 의문의 남자가 한밤중에 작살에 찔려 살해당하고 맙니다. 문제는 주인공 이모진이 이 남자를 골탕 먹이려고 그날 밤 객실에 몰래 들어가 방을 엉망으로 만들고 나왔다는 것이지요. 이 상태로라면 이모진이 범인으로 몰리게 될 것이 뻔합니다.
아직 이모진에게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는 루퍼트가 이모진과 함께 사건의 실상을 풀려고 합니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3. 괜찮게 끝날 것인가?
아직 이 드라마는 끝난 게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끝까지 다 방영되었는 줄 알았더니 미국에서도 3월 초에나 종영할 예정인가 봅니다. 아무래도 거의 실시간으로 우리나라에 공개 중인 것 같습니다.
지금 5화까지 공개되어 시청했는데, 사실 첫 화까지는 나이브스 아웃의 아류작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재벌가 사람들과 생활 모습을 보여주지만 살짝 시니컬한 시선들도 비슷하고, 여객선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사람이 죽었으니 조사해야 할 용의자들도 그들뿐이라는 것도 비슷해 보였습니다. 유쾌하고 빠르게 살인사건의 트릭을 밝혀내고 반전을 기대하면 되겠구나 했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조금은 다른 분위기가 됩니다.
나이브스 아웃보다는 조금 느리고 사족이 많고, 뒷 이야기도 더 많은 느낌이에요. 당연히 2시간짜리 영화와 드라마라는 차이에서 나온 결과이겠지만 이 점들이 장점이 되기도 단점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등장인물 하나하나 서사가 풍부해졌기 때문에 이야기는 꼭 처음 시작점인 살인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재벌가 가족들의 위선,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그들의 사생활, 정치와 음모, 갑자기 등장하는 우크라이나 난민 문제들까지 다양한 재미는 있지만 사건 해결에 집중하고 싶은 시청자에게는 답답할 수도 있겠네요.
이야기가 한 절반 정도 온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이 이야기가 마무리될지 예상이 되지 않는 건 좋은 점이겠네요.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더 가열하게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마지막 즈음에 얽히고 섥혀서 한 지점으로 모이는 쾌감을 느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