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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는 마피아 : 싱거운 MAFIA MAMMA!

by silverscreen 2024. 2. 11.

 

1. 울 엄마는 마피아라는 제목을 보고 눈치챘어야 했는데

 

넷플릭스에 새로 등록된 콘텐츠로 추천받은 작품입니다. MAFIA MAMMA라는 제목과 토니 콜렛, 모니카 벨루치 조합의 코미디라는 정보만으로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번역 제목이 울 엄마는 마피아라는 걸 보고 깨달았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좋은 코미디가 아닐 것이라는 것을. 

 

사실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영화 대부를 연상시키는 클래식한 타이틀 시퀀스와 이탈리아 어를 하는 모니카 벨루치의 등장으로 기대감은 치솟았습니다. 

이 때만 해도 기대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지구상에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모니카 벨루치가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탈리아 마피아 두목인 주세페 발바노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아무래도 마피아 패밀리들의 싸움에 휘말렸나 봅니다. 

 

그리고 배경은 갑자기 미국으로 바뀌어 주인공 크리스틴(토니 콜렛 분)의 삶을 보여줍니다. 엉망도 이런 엉망이 없네요. 철없고 능력도 없는 남편은 밴드를 하겠다고 놀고먹는 것도 모자라 새파랗게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웁니다. 크리스틴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아들은 성인이 되어 대학교로 떠나면서도 속이 후련해 보이네요.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만 아쉬워합니다. 크리스틴은 마케팅 업체에서 일하지만 모든 광고를 남성향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임원들 때문에 찬밥 신세입니다. 남편과는 잠자리를 안 한지 오래고 크리스틴의 삶은 그녀가 사랑하는 요리를 빼면 지루하고 한심하기만 합니다. 보는 제가 다 질릴 지경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사실은 주세페 발바노의 혈육이었다는 이유로 비앙카(모니카 벨루치 분)의 전화를 받습니다. 이탈리아로 당장 와서 주세페 패밀리의 보스가 되어달라고요. 크리스틴은 갑작스러운 일상 탈출의 기회에 잠시 주저하지만, 결심을 하고 이탈리아로 날아갑니다. 그녀는 과연 마피아 보스가 되어서 위기에 빠진 패밀리를 구하고, 상대편 패밀리에 복수를 할 수 있을까요? 그녀의 삶은 이런 것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는데요.

 

2. 아까운 토니 콜렛과 모니카 벨루치

 

토니 콜렛은 최근 영화 유전과 나이브스 아웃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은 배우입니다. 독특한 마스크에 연기까지 잘하니 팬들도 많지요. 봉준호 감독이 토니 콜렛의 팬이라고 밝히며, 차기작인 미키 17에 캐스팅해서 더욱 화제입니다. 사실 저는 토니 콜레하면 영화 유전이 제일 먼저 떠올라 무섭다는 인상이 강한데, 코미디 연기는 어떻게 하실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저렇게 진지한 얼굴로 코미디 영화를 찍었다니 어떤 영화인 걸까? 하면서요. 그리고 주조연으로 모니카 벨루치가 나온다니 기대를 안 할 수 없었습니다. 

 

모니카 벨루치는 1964년생 이탈리아 배우로 거의 6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아름다우시더라고요. 특히 이야기의 대부분이 이탈리아에서 이루어지는 이 영화에서 가끔 이탈리아어를 할 때마다 감탄이 나옵니다. 복장들도 아름답고요. 토니 콜렛과 모니카 벨루치 둘이 한 화면에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작품은 가치가 있습니다. 앙상블도 나쁘지 않아요. 두 사람이 맡은 캐릭터가 토니 콜렛은 과장된 푼수 미국 아줌마, 모니카 벨루치는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얄팍한 서사의 마피아 패밀리 비서였다는 게 문제입니다. 

 

두 아름답고 연기를 잘하는 중년 여배우들이 이 영화가 아니라 좀 더 진지한 영화에서 만났다면 어땠을까요? 여성 투톱 영화가 제작되기 어려운 실상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워집니다. 

 

3. 싱거운 유머, 괜찮은 여성 서사

 

토니 콜렛이 분한 크리스틴은 이탈리아까지 날아와서 제일 먼저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바로 미청년과 잠자리를 가지는 것입니다. 물론 뒤에 반전 요소로 밝혀지는 이탈리아 청년과의 로맨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위험천만한 상대 마피아 패밀리 보스를 만나는 자리에서까지 섹시한 이탈리아 남자와 하룻밤을 보낼 생각만 가득한 모습이 당황스럽습니다. 바로 전에 할아버지 보스 장례식에서 총알 세례를 받고 나서도 저런 생각이 드나 싶을 정도입니다. 물론 이런 과장된 설정과 크리스틴의 이런 푼수 같은 모습이 결국은 잔혹하게 적들을 해치우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점이 코미디 포인트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신선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았습니다. 모니카 벨루치가 분한 비앙카의 경우도 훨씬 풍성한 서사가 생길 뻔했지만 얄팍하게 끝이 나고 맙니다. 좀 더 능동적으로 야망을 드러냈어도 좋았겠지만 크리스틴의 착한 조력자 정도로 끝이 나더라고요. 

 

그래도 이 영화에서 크리스틴이 마피아 보스로 불법적인 사업 구조를 바꾸고, 무엇보다 자신이 사랑하던 요리와 관련된 사업으로 성장시킨다는 내용은 좋았습니다. 존재감 없는 한없이 자식에게 헌신적이기만 했던 엄마가 아닌, 한심한 남편에게도 당당하지 못했던 아내가 아닌 크리스틴이라는 사람이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이 행복하게 끝납니다. 대부 1편에서 마이클이 마피아 보스의 왕관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크리스틴이 와인 공장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좋은 장면이지만 이렇게 연기를 잘할 수 있는데 오히려 이 작품이 더 아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