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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 : 당신들이 제일 수상해

by silverscreen 2024. 2. 12.

 

1. 아파트 이웃 중에 살인자가 있다?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 (Only murders in the building)는 2021년부터 미국 Hulu에서 방영 중인 코미디 추리 드라마로 한국에는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방영되고 있습니다. 21년에 시작한 드라마인데 벌써 3 시즌까지 성공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3 시즌까지 이어지는 내용은 아니고, 각 시즌이 완결성을 가지는 살인사건 해결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매 시즌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만 공통점은 모두 뉴욕의 고급 아파트 아코니아에서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은 아코니아에 사는 세 명의 인물입니다. 찰스 헤이든 새비지(스티브 마틴 분)는 과거에 잘 나가던 드라마인 보르조스의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입니다. 그 후 히트작 없이 변변찮은 생활 중인데, 조금 느리고 눈치 없고 연기도 못하지만 바로 그 점이 이 인물을 사랑스럽게 만듭니다. 같은 아파트에 찰스와 우정을 나누는 인물인 올리버 퍼트넘(마틴 쇼트 분)이 있습니다. 올리버는 찰스와 마찬가지로 한때는 잘 나가던 연극 기획과 연출자였지만 자신 있게 내놓은 작품에서 사고가 생기는 바람에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아들과의 관계도 순탄치 않아 보이네요. 찰스가 멀뚱멀뚱 둔한 캐릭터라면 올리버는 수다쟁이에 예민한 예술가적 기질도 있어서 드라마퀸 같은 행동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 두 캐릭터는 나이가 지극한 할아버지들에 공통적으로는 화려했던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점인데 비해 나머지 한 명의 주인공은 20대의 아주 젊은 여성입니다. 메이블 모라(셀레나 고메즈 분)는 직접 이 아파트를 소유할만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잠시 친척의 집을 빌려서 살고 있습니다. 아직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기도 합니다. 찰스와 올리버와의 공통점은 추리 팟캐스트를 즐겨 듣는다는 점뿐인데 아코니아에서 살인 사건이 터지자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함께 팟캐스트로 만들어 올리면서 셋은 독특한 우정을 쌓게 됩니다.

 

2. 재치 있게 잘 만들어진 가벼운 추리 드라마

 

이 드라마의 성공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점쳤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찰스 역을 맡은 스티브 마틴이 기획, 극본에 참여했으며 나머지 주인공들 모두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코미디 배우로 유명한 스티브 마틴과 마틴 쇼트가 자신들의 이미지를 잘 활용해서 실제 본인의 특성을 잘 녹여낸 것 같습니다. 또한 메이블을 연기한 셀레나 고메즈가 이 두 노년의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잘 어우러지면서 재밌는 케미스트리가 생깁니다.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훨씬 윗 연배의 두 할아버지가 메이블보다 철딱서니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메이블의 인생 선배가 되어 따뜻한 조언을 건네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가볍고, 알록달록하면서도 심각하지 않은 코미디 터치를 유지하면서도 추리극의 본분을 잘 지킵니다. 에피소드마다 사건의 실마리가 공개되면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합니다. 추리극은 호흡이 중요한데, 너무 억지스럽지도, 지루하지도 않게 속도 조절을 참 잘합니다. 평단과 관객들 모두에게 호평을 받고 있고, 그에 힘입어 프라임타임 에미상 최우수 코미디 부문과 코미디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습니다. 

 

추리소설과 추리드라마, 추리영화가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드라마는 추리극을 드라마로 만들었을 때의 장점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들여 아코니아 아파트에 사는 여러 용의자들의 서사를 차분히 설명하고, 중간에 반전 요소를 다양하게 넣기도 합니다. 주인공들의 매력을 뽐낼 기회도 많지요. 3 시즌에서는 무려 뮤지컬이라는 포맷을 들여와 관객들에게 뮤지컬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3. 4 시즌에서는 어떤 대형 스타가 출연할까?

 

1, 2 시즌의 성공 후 3 시즌에는 무려 메릴 스트립과 폴 러드가 출연합니다! 카메오도 아니고 그 둘이 출연하여 주요 역할을 맡고 뮤지컬을 해요. 정말 용감한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는 좋았습니다. 메릴 스트립이라는 대형 스타의 출연으로 주인공 삼인방의 비중이나 매력이 반감될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렇지 않았습니다. 메릴 스트립이 모성을 호소하는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 어찌나 연기와 노래를 잘하는지 정말 놀랐습니다. 폴 러드도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연기를 통해 제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요. 좋은 기획, 좋은 각본, 좋은 연기였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제작 확정된 4 시즌에는 과연 어떤 배우가 출연할까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아직 주인공 삼인방과 고정 출연자들 이외에 새롭게 출연을 확정한 대형 배우들의 소식은 없습니다. 4 시즌도 재밌는 작품이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