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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비밀(Fool me once) : 반전을 거듭하는 영국드라마

by silverscreen 2024. 2. 17.

 

1. 할런 코벤의 원작을 영상화한 영국 드라마

 
요즘 비밀의 비밀이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국 드라마를 보고 있습니다. 사실 이 드라마 타이틀 시퀀스에 할런 코벤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문구를 보고 나서야 할런 코벤이라는 소설가의 이름을 처음 들었습니다. 할런 코벤을 1962년생 미국 추리 작가로 미국의 에드거상, 셰이머스상, 앤서니상을 모두 수상한 작가이자 5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스릴러 작가입니다. 1995년 스포츠 에이전트를 주인공으로 하는 '마이런 볼리타 시리즈'의 첫 작품을 발표했는데요. 부지런히 베스트셀러를 내놓으면서 2016년에 이 드라마의 원작인 'Fool me once'를 썼습니다. 
 
스릴러물 마니아들 사이에 할런 코벤은 이른바 믿고 보는 보증수표라고 하는데요. 벌써 <스트레인저> <내 이웃의 비밀> <스테이 클로즈> <결백> <영원히 사라지다> <숲>까지 여섯 편을 이미 넷플릭스로 선보인 바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2023년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비밀의 비밀은 벌써 일곱 번째 영상화 작업인 셈입니다. 할런 코벤의 작품에는 트레이드 마크 같은 플롯으로, 현재 벌어진 어떤 사건이 과거에 주인공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와 얽히면서 꼬이는 이야기가 항상 나오는데요. 비밀의 비밀에서도 주인공 마이아(미셜 키건 분)가 현재 남편과 언니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 전쟁 트라우마와 맞닥뜨립니다.  
 

2. 반전을 거듭하는 방대한 이야기

 
주인공 마이아 버킷은 전직 헬기 조종사인데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내부자 폭로로 퇴역한 상태입니다. 그녀가 전장에 있을 때 친언니가 가택 침입 강도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그녀 퇴역 후에는 함께 있던 남편이 길에서 강도들에 살인을 당하지요.
 
마이아의 남편은 버킷사라는 제약회사를 자회사로 둔 거대 기업의 상속자입니다. 남편이 죽은 후 집에 아이를 위해 설치했던 카메라에 남편이 찍힌 후 마이아는 이 두 살인 사건의 실상을 파헤치기 위해 접근해 갑니다. 전혀 연관 있을 것 같지 않았던, 남편의 과거, 언니의 과거, 그리고 그녀 자신의 과거가 점차 얽혀가며 예상하지 못했던 비밀 속 비밀로 들어갑니다.

 

3. 몰입감은 글쎄?

 
사실 제가 이 드라마를 틀어 본 이유는 순전히 주인공 마이아의 남편으로 나오는 조 버킷을 연기한 리처드 아미티지라는 배우에 관심이 있어서 입니다. 물론 1화 초반에 살해당하고 말지만, 그의 죽음을 회상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계속해 출연하기는 합니다.

딱히 관심있는 배우가 적게 출연한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 몰입하지는 못했습니다. 우선 이야기가 너무 복잡하고, 여러 인물의 속사정이 얽혀 들어가는 속도도 강약이 없이 비슷한 강도로 진행되다 보니 긴장감이 잘 높아지지 않더라고요. 너무 많은 인물의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전 편에서 진행되었던 이야기를 까먹고 있어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리둥절해지기도 합니다. 
 
가장 몰입을 방해한 요소는 바로 주인공 마이아 버킷을 연기한 배우의 스타일링 때문이었는데요. 남편과 언니가 죽고, 혼자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 딸을 키우는 엄마에 아무리 남편이 남긴 재산이 많아도 헬기 조종사로서의 직업도 가지고 있습니다. 죽은 언니의 아이들을 신경 써야 하고 자신의 군인 시절 비리를 폭로하려는 고발자의 위협에도 대처해야 하죠. 설상가상 자신을 남편과 친언니의 살인용의자로 의심하는 형사들과도 대립 중인데 글쎄 언제나 빠짐없이 완벽한 화장을 하고 나타납니다.

마이아의 고통스러운 과거 회상 장면에서 헬기를 조종하는 그녀의 손에 곱게 매니큐어가 발라져있고, 눈에는 마스카라가 돋보이는 식입니다. 연기가 어색한 것은 아닌데 꼭 이렇게 완벽한 스타일링을 고수해야 했었는지 의문입니다. 아름다운 배우이지만 인생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는 여성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어색한 모습에 몰입이 방해되는 느낌이네요.

하지만 원작이 있는만큼 촘촘한 서사와 아름다운 영국의 풍경,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를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드라마입니다. 드문드문 보기보다는 한 번에 몰아서 보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