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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필드 : 연기천재 니콜라스 케이지의 드라큘라 백작

by silverscreen 2024. 2. 15.

 

1.  니콜라스 케이지를 드라큘라로 보고 싶다는 생각

 

니콜라스 케이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얼굴에서 드라큘라 백작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1922년에 만들어진 독일의 거장 무르나우 감독이 만든 노스페라투에서 최초의 흡혈귀의 이미지가 생성된 후로 우리는 여러 흡혈귀를 다룬 영화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들을 보아왔습니다. 90년대에 대표 미남 배우였던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아름다운 뱀파이어를 연기했던 앤 라이스 원작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나 로버트 패틴슨을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뱀파이어 로맨스 트와일라잇도 있었지요.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의 머릿속에 드라큘라 백작이라고 하면 칼라가 높고 길이가 긴 검은 망토를 두른 머리칼을 단정하게 뒤로 넘긴 창백한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이 이미지는 1931년 만들어진 드라큘라라는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던 헝가리 배우 벨라 루고시에게서 온 것입니다. 그의 매서운 눈빛과 투박하고 익숙하지 않았던 영어 발음, 그리고 연극 무대에서 몸에 밴 과장된 동작은 드라큘라 캐릭터의 원형을 제시하였습니다. 

 

액션 스타, 알코올 중독자, 빚에 시달리는 서민 또는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증권사 직원 등 색다른 역할을 다양하게 맡아왔던 니콜라스 케이지는 사실 과거에 드라큘라 역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저도 처음 안 사실입니다만 니콜라스 케이지 데뷔 초에 34년 전 영화인 뱀파이어의 키스에서 자신이 뱀파이어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남자 피터 로우 역을 맡아 색다른 연기를 펼친 바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실제로 니콜라스 케이지는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을 때부터 드라큘라를 연기해 보고 싶다고 생각해 왔었다는데요. 영화 렌필드를 통해 오랜 꿈을 이루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이 영화에서 니콜라스 케이지의 드라큘라 연기는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대단합니다. 위트 넘치고 능글맞은 코믹 연기로 개그 캐릭터인가 싶은데 드라큘라 백작의 위력을 보여줄 때에는 단호하고 무서워서 등장인물들 뿐 아니라 관객들도 얼어붙을 지경입니다. 과장된 몸짓과 분장, 복장들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유치하고 우스워질 수 있는 캐릭터였는데 니콜라스 케이지는 자신만의 개성을 갖춘 드라큘라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었습니다. 

 

2. B급 감성 충만한 케첩이 낭자한 잔인 코믹 액션극

 

드라큘라 백작에게 붙들려 시종으로 고생하는 부동산 업자 렌필드(니콜라스 홀트 분)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영화는 공포영화가 아니라 코믹 액션극에 가깝습니다. 그것도 B급 감성이 충만한 영화이지요. 

 

어쩌다 벌레를 먹으면 늙지 않고 강력한 신체를 가지게 되는 대신 90년 넘게 드라큘라 백작에게 매일 피를 제공할 무고한 희생자를 갖다 바쳐야 하는 노예계약의 희생자가 바로 렌필드입니다. 브램 스토커의 원작의 배경을 현대로 각색하면서 재미있는 설정들이 추가됩니다. 렌필드는 매일 순수한 희생자들을 백작에게 바치며 외롭게 살아가는 삶에 정신이 피폐해져 심리치료 교회에 나가는 중입니다. 지친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정의감에 불타는 경찰 레베카(아콰피나 분)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독립적인 삶을 위하여 드라큘라로부터 도망치려고 합니다. 레베카를 해하려는 수상한 범죄 집단을 같이 해치우면서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는 관계가 되지요. 자신을 배신한 렌필드를 쫓아 지하에서 나온 드라큘라가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이 사태를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과거에 갇혀 시대착오적인 나르시스트 정신병 환자처럼 보이는 드라큘라가 현대를 배경으로 군림하려고 드니 실소가 터져 나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코믹 요소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드라큘라에게서 놀라운 신체 능력을 받은 렌필드가 범죄 집단을 해치울 때 피가 낭자한 살육이 펼쳐집니다. 피범벅 살육 장면들은 징그럽고 잔인하지만 유쾌하고 즐겁게 연출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잔혹하게 살해당한다기 보다는 한 편의 만화를 보는 것 같아서 이런 장면들에서도 웃음이 납니다. 액션 연출이나 배우들의 액션 연기들도 좋아서 정신 없이 보게 됩니다. 마치 크리스 햄스워스 주연의 익스트렉션에 나오는 액션에 코믹과 B급 감성을 추가한 느낌입니다. 

 

3. 니콜라스 홀트 너는 어째서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니콜라스 홀트입니다. 키가 크고 눈이 커서 선해 보이는 인상의 영국 미남 배우이지요. 주연급이 된지도 한참된 것 같은데 유독 속이 연약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순한 캐릭터를 주로 맡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매드 맥스의 눅스 역이나, 엑스맨의 비스트, 웜 바디스에서의 좀비 역할이 다 비슷해 보입니다. 190cm라는 장신이 무색하게 근육을 크게 키우지도 않아서 호리호리한 인상인데 의외로 몸을 잘 써서 액션 영화에도 잘 어울립니다. 무엇보다 크고 파란 눈 때문인지 순애보 역할을 많이 하는데 렌필드에서도 자그마한 체격의 아콰피나가 연기한 레베카를 짝사랑하는 모습이 사뭇 애잔해 보이더라고요. 드라큘라 밑에서 공포에 떨며 일상에 심신이 모두 지쳐버린 렌필드에 캐스팅 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일 겁니다. 

 

재밌는 점은 2024년에 개봉될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뱀파이어 관련 공포 영화 노스페라투에도 출연한다는 점인데요. 아무래도 이 영화와는 분위기가 상반될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뱀파이어 영화를 또 선택하다니 그 점도 상당히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