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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란 투리스모 : 예상치 않았던 아드레날린 파티

by silverscreen 2024. 2. 14.

 

1. 그란 투리스모라는 게임을 모르더라도

 

솔직히 그란 투리스모 영화를 보러 갔을 때, 아무 기대도 없었습니다. 그란 투리스모라는 게임을 해본 적도 없었고, 주인공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었지요. 너무 뻔한 액션영화로 보이는 포스터도 기대를 낮추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저 주말에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시간대가 맞는 영화가 그란 투리스모뿐이었어요.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정말로 재밌게 보고 나왔습니다. 넷플릭스의 본능의 질주 F1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새로운 시즌이 나올 때마다 챙겨볼 정도의 레이싱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인지, 레이싱에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재밌게 보았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플레이 스테이션 게임인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를 배경으로 영국 출신 잔 마든보로(Jann Mardenborough)가 GT 아카데미를 거쳐 어떻게 실제 레이싱 드라이버가 되었는지에 대한 실화 기반 영화입니다. 잔 마든보로(아치 매덱 분)는 플레이 스테이션의 그란 투리스모 게임에 빠져있습니다. 프로 레이서가 되고 싶었지만, 잔의 부모님은 그의 꿈을 지원해 줄 여력이 없지요. 실제로 잔은 게임에서 뿐 아니라 실제 차를 몰고 경찰을 따돌릴 정도로 운전에 천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잔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으니, 바로 게임 그란 투리스모의 최고 실력자를 선발해 실제 닛산의 프로 레이싱 선수로 양성하겠다는 마케팅 기획입니다. 전 세계에서 콘테스트를 통해 뽑힌 그란 투리스모 능력자들을 실제 레이싱 카에 태워 경주를 할 수 있게 교육을 맡은 인물은 잭 솔터(데이비드 하버)입니다. 잭 솔터는 최고의 실력자이지만 돈만을 쫓는 이 업계 관행에 질려 레이싱카 정비를 하며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차였지요. 잔은 이 기회를 잡아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잭은 다시 한번 그를 통해 식었던 열정을 불태우려고 합니다. 

 

방 안의 의자에 앉아 게임만 해왔던 후보들을 데리고 까딱하면 큰 사고로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레이싱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요?

 

2. 레이싱 영화의 새로운 접근법

실화 기반 영화라는 것을 알고 보면서도, 그란 투리스모는 꽤나 비현실적인 성공 스토리입니다. 주인공인 잔이 현재에도 레이싱 커리어를 쌓고 있고, 이 영화의 직접 레이싱 스턴트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잔의 인터뷰에 따르면 집에서 항상 작은 17인치 화면으로 그란 투리스모 게임을 즐기며 몇 년 동안 몰입했기 때문에 실제로 레이싱 자동차에 탔을 때, 자꾸 트랙 전방이 아니라 바닥을 보는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게임과 실제 레이싱에서 느꼈던 차이점도 영화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또한 그란 투리스모라는 실제 레이싱 카를 놀라운 수준으로 재현한 게임이 얼마나 실제 레이싱에 도움이 되는지를 표현하는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마치 레이싱 게임 화면을 보는 것같은 앵글과 박진감, 중간중간 자동차의 내부 기관을 투시하듯 클로즈 업 해 보여주는 장면들이 다른 레이싱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차이점입니다. 영화관의 큰 음향과 함께 레이싱 카의 엔진이 구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가슴 뛰는 경험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이 닐 블롬캠프는 디스트릭트 9, 엘리시움 같은 작품들을 통해 인상적인 특수시각효과를 선보여 왔는데요. 이번에도 가상과 현실의 이미지를 유려하게 조합해 내는 데에 성공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줄거리나 개연성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서사가 지나치게 극적이고 뻔하다는 평이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가 주는 쾌감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3. 메가박스 MX4D의 개관 기획 상영

 

개봉하는 줄도 모르고 이 영화를 놓쳤었다면, 2월 8일 코엑스 메가박스의 MX4D 특별관 론칭 기획 상영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4DX 포맷을 처음 들여오면서 웡카, 아가일,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그란 투리스모를 첫 상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메가박스에서 공을 들여 특별관을 오픈하면서 고르는 작품들이라 어떤 영화들을 틀어주려나 궁금했는데 그란 투리스모가 포함되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나름대로 4DX 포맷을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4DX로 보면 실감이 배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레이싱이라는 소재를 잘 보여주는 이 영화의 특성상 음향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돌비시네마에서 보는 것도 좋겠지만, 드물게 다시 온 영화관 관람의 기회이니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