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 남부를 뒤흔든 머독 가문의 살인 스캔들
추리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보지만, 범죄 다큐멘터리도 즐겨 보는 편입니다. 넷플릭스 초기에는 특히 잘 만들어진 범죄 다큐멘터리 시리즈들을 통해 구독자를 확보했습니다.
머독 가문의 살인 : 미남부 스캔들이라는 제목을 보고 사실 미국 남부 지역의 스캔들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미남들이 얽혀 있는 스캔들이라고 오해했던 사실을 숨기지는 않겠습니다. 다큐멘터리를 틀고 보니, 미국 남부 사우스 캐롤라이나 지역에서 오랜 기간 권력을 가지고 있던 머독 가문에서 행해졌던 잔인하고 파렴치한 살인 사건들에 대한 내용이었지만요.
에피소드는 십 대 소년소녀들이 밤에 요트를 타고 파티를 하다가 요트가 전복되는 사고로 시작됩니다. 어두운 강에 아이들은 다치고, 물에 빠지고, 결국 같이 놀던 머독 가문의 둘째 아들 폴의 친구의 여자 친구가 실종이 되고 맙니다.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실제 영상들을 최대한 활용합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아이들이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넷플릭스에 인터뷰에 응한 장면들로 현장 상황을 자세히 전달하기도 하지요.
처음에는 요트 사고가 불행한 사건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실종된 여자 아이를 찾는 경찰의 수색이 진행되지 않고, 폴의 아버지가 경찰에 직접 개입하면서 수상하게 흘러갑니다. 실은 사고 당시 요트를 운전했던 것이 폴 머독이었고, 심지어 만취상태라는 것이 CCTV와 재판 중 증언을 통해 밝혀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종된 여자 아이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요트를 운전한 정황이나 술을 마셨다는 정황도 함께 묻으려고 한 것이었지요.
이 미남부 스캔들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도저히 실제 사건이라고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이야기가 더 있습니다. 이 요트 사건 이후에 머독가의 개 사육장에서 폴 머독과 그 어머니가 총에 맞아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나거든요. 더 심각한 것은 그 몇 개월 이후 아버지 머독이 차를 타고 가다가 길가에서 총을 맞는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2. 끔찍한 사건을 파헤치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다음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영화로 만들어도 모자란 엽기적인 사건이 미국에서는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다큐멘터리로 만들만한 충격적인 사건들만 접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현재도 살아있는 용의자, 범죄자, 피해자의 지인들을 대상으로 생생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재주에는 매번 감탄합니다.
머독 가문의 스캔들은 지금 현재로서는 결론이 난 상태입니다. 아버지 머독이 두 건의 살인으로 두 번의 종신형을 선고받은 상태이지요.
실상을 알아보니 자신의 아내와 아들인 폴 머독을 아버지가 살해한 것이었습니다. 아들인 폴 머독은 만취상태로 요트를 몰아 자신의 친구를 죽게 했고요.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요트 사건 1년 전, 머독 가문에서 30년을 일했던 가정부가 계단에서 굴러 사망한 사고가 있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머독이 그녀 앞으로 되어 있던 거액의 사망보험금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납니다. 가정부의 사망 자체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는데, 거액의 사망보험금까지 횡령했다니 확증은 없지만 심증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머독 가문은 미국 남부 사우스 캐롤라이나 지역에서 4대째 지역 유지를 넘어서 그 법치 자체가 되었기 때문에 이 지경까지 부패할 수 있었습니다. 증조부 때부터 그 지역의 검사장을 3대째 연달아 맡으면서 그 지역 로펌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경찰, 법원, 검찰 커넥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지요. 미국의 자치경찰 제도 때문에 형사 사건이 일어나면 무조건 머독 가문을 거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 나오는 폴 머독의 형도 이미 로스쿨에서 가업을 이으려고 하고 있지요.
권력이 과하면 세대를 거쳐 점점 도덕에 무감각해지기 마련인가 봅니다. 폴 머독은 십 대 때부터 알코올 문제를 앓고 있고, 밝혀지기로는 아버지 머독은 진통제에 중독된 상태였습니다. 폴 머독이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지만, 머독 가문은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서 계속 무마해 왔지요. 결론은 무고한 십 대 소녀의 사망이었습니다. 결국 자신도 아버지에 의해 살해당하는 끔찍한 결말을 맞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시즌이 두 개로 나뉘어 있지만 6편의 에피소드로 몰아서 보기에 좋은 다큐멘터리 시리즈입니다.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보다 서스펜스가 넘치고 사건의 실상도 충격적이지요. 아버지 알렉스 머독이 살인 판결을 받게 된 결정적인 동영상 증거가 무엇인지 직접 확인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